부산 출장 중 운 좋게 발견한 진짜배기 혼밥 회정식 맛집, 수정동 시장횟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,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이 당겼다.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, 적당한 여운을 줄 그런 커피.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에이디아트드립 커피였다.

가게는 크지 않다. 한눈에 보면 그냥 소박한 동네 카페 같지만,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. 조용하고 정갈한 공간,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드립을 내려주는 모습이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‘커피에 진심인 공간’이라는 걸 단박에 알려준다.
“컵이 차가우면 커피 맛이 죽어요.” 라는 소릴 둘어봤는가?
테이크아웃을 요청하자, 사장님이 먼저 컵을 뜨거운 물에 데운 후 커피를 따라주는 섬세한 배려에 감탄했다. 이건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, 한 잔 한 잔을 ‘제대로 대접’하고 있다는 의미였다.



이날 나는 게이샤를 마셔보고 싶어 들어간건데 아쉽게도 원두가 모두 소진되어 있었다. “월요일에 다시 들어와요”라는 사장님의 말에, 출장 중이라 다음 방문이 어렵다고 했더니 사장님도 함께 아쉬워하시며 “다음엔 꼭 오세요”라며 웃어주셨다. 소소하지만 그 순간이 참 따뜻했다.
그래서 대신 주문한 원두는 케냐 키에리(Kenya Kieni).

(* 궁금할 분들이 계셔서 케냐 키에리에 대해서 좀 안내해 봅니다.)
케냐 키에리 원두, 그 깊은 향의 정체
케냐 키에리는 케냐 니에리(Nyeri) 지역의 고지대에서 자란 원두로, SL28·SL34 품종을 기반으로 한다. 화산 토양, 높은 고도, 적절한 강우량 덕분에 과일 향미가 풍부하게 살아있는 게 특징이다.
향미: 감귤류와 베리 계열의 선명한 산미
바디감: 중간 이상의 묵직함
후미: 깔끔하면서도 달콤한 여운
가공방식: 워시드 (습식) 방식 – 클린컵과 밝은 산미 강조
핸드드립으로 추출된 키에리는 첫 모금부터 확실한 개성이 느껴졌다. 꽃 향기와 과일 향이 어우러지면서도 뒷맛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밸런스. 회정식의 여운을 부드럽게 마무리해주는 최고의 한 잔이었다.








가게가 큰 편은 아니지만, 앉아 있는 동안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. 모두들 조용히 커피를 마시거나, 사장님과 짧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. 단골이 많고, 처음 온 손님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분위기. 커피 맛이 좋은 건 물론이고, 이 공간 자체가 주는 따뜻한 무드가 이곳의 진짜 매력이라 느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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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보 요약
위치: 부산진역 5번 출구 도보 3~5분, 수정동 시장 인근
주문한 메뉴: 케냐 키에리 드립커피 (게이샤는 소진)
특이사항: 테이크아웃 컵도 예열, 사장님 직접 드립
운영 팁: 원두 소진 시 빠르게 마감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문의 추천
영업시간은 사진 참조

출장 중 우연히 마주한 한 잔의 커피.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선 작은 공간에서 만난 이 커피는, 그날 하루를 조용히 정리해주는 특별한 마침표가 되어주었다. 쉴 틈 없이 이어졌던 일정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선 시간, 그리고 그 시간을 감싸안은 따뜻한 향과 정성 어린 한 잔. 단순히 마시는 커피가 아닌, 누군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'작품'에 가까웠다.
에이디아트드립 커피. 이곳은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장소였다. 부산에 와서 회만 먹고 떠난다면 이곳의 진가를 놓치는 셈이다. 조용한 분위기, 세심한 추출, 잔 위로 피어오르는 향기까지.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디테일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. 잔을 들고 첫 모금을 넘기자, 입 안 가득 은은한 산미와 깊은 바디감이 맴돌았다. 고개를 들어 커피를 내리던 바리스타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었다.
다음에 부산에 다시 오게 된다면, 꼭 이곳에서 게이샤 커피를 마셔보리라 다짐했다.
지금 이 커피도 충분히 훌륭하지만, 이 공간과 이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게이샤 한 잔을 마시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.
그렇게 나는 잔을 다시 들어 한 모금 더 천천히, 아주 천천히 음미했다. 하루의 끝에서 만난 커피 한 잔이 이렇게까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, 다시금 새삼스럽게 느끼며.
“예상치 못한 수정동에서 부산 로컬 드립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!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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